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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약 개발, 전혀 생각지도 못한 구조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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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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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약 개발, 전혀 생각지도 못한 구조 튀어나온다"

[기획] 혈액 종양 내과 전문의 출신, 온코크로스 김이랑 대표 인터뷰


[팜뉴스=최선재 기자] 온코크로스는 '혈액 종양 내과 전문의' 김이랑 대표가 설립한 AI 신약 개발 기업이다. AI 신약 개발 플랫폼 'RAPTOP AI’를 바탕으로 약물의 최적 적응증을 찾아내는 기술로 수많은 제약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2015년 6월 설립 이후 빠른 속도로 기술 특례 상장까지 바라보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거래소에서 지정한 전문 평가기관 2곳의 기술성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기술 특례 상장을 위한 예열을 마친 셈이다.

그렇다면 온코크로스는 신약 개발을 위해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수많은 제약사들이 적응증 확장을 위해 온코크로스와 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뭘까. 팜뉴스가 마포 공덕동에 있는 온코크로스에서 김 대표를 만나 그 해답을 들어봤다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출처:팜뉴스)


문: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린다.


조선대 의대를 졸업했고 서울 아산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했다. 내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의사과학자 양성기관인 카이스트 의학대학원을 가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산병원으로 다시 돌아와서 종양내과 전임의를 하고 혈액종양내과 분과 전문의까지 취득했다. 대전에 있는 유성선병원에서 혈액종양내과 과장으로 일하면서 창업을 했다.  

문: 최근 제약사들이 AI 신약 개발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AI 신약 개발이 각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I는 신약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미래 기술이다. 기존의 컴퓨터를 이용한 신약설계(Computer‐Aided Drug Design: CADD)의 한계를 보완하면서 정확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약 후보물질(히트) 발굴에 들어가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받고 있다.

AI를 신약 개발에 적용하면 전혀 생각지도 못한 구조들이 튀어나온다. 이전에 사람의 머리로 생각하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런 부분들이 혁신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문: AI가 비용과 시간을 줄인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전통적으로 신약 개발 기간은 15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일단 먼저 강조하고 싶은 대목이 있다. AI 신약 개발 기간 단축을 설명하면서 널리 공유된 표가 있다. 웹상에서도 바로 찾을 수 있는데 이는 굉장히 잘못됐다. 현 상황에서는 신약 개발 기간 전체 단계에서 2년 반 정도 줄일 수 있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표에 쓰인 대로 신약 개발 기간의 압도적 단축은 후보물질 탐색-비임상-임상1,2,3상 전 영역에 AI가 적용됐을 때다. 이를 위해서는 AI 기술이 더욱 발전해야 한다. 식약처 같은 규제기관이 AI가 신약 개발 전주기에 개입된 부분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문: 온코크로스는 약물 탐색보다는 신약 후보 물질을 활용하여 AI를 통해, 약물의 전사체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법, 즉 적응증 확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적응증 확장은 임상 1상 시험이 끝난 물질로 진행하기 때문에 독성 시험 단계 및 임상 1상 시험이 waiver(회피)된다. 적응증 확장 측면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약물 탐색 쪽은 시간은 좀 더 오래 걸리겠지만 나중에 정말 좋은 약이 나왔을 때 얻어갈 수 있는 수익이 더 클 것이다.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출처:팜뉴스)


문: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하겠다. 온코크로스는 국내 최초로 유전자 발현 데이터(전사체, Transcriptome)를 AI로 분석해 질병과 치료제를 연계하는 원천 기술로 AI 플랫폼 랩터(RAPTOR) AI를 구축한 것이 업계의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AI 플랫폼 랩터가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한다면.

일반적으로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이란 유전정보가 DNA에서 RNA로 전사되고 RNA가 다시 단백질로 번역되는 과정을 뜻한다. 질병의 유무, 약물의 투여는 DNA에서 RNA로 넘어오는 ‘전사' 과정에 영향을 미쳐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내는데, 랩터AI는 이러한 RNA 발현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특정한 약물이 효능을 보일 것으로 추정되는 질병을 매칭하는 역할을 한다.

저희는 지금까지 데이터가 공개된 거의 모든 질병의 RNA 발현에 대한 데이터베이스와, 어떤 약을 처리하면 어떤 유전자가 감소하고 어떤 유전자가 올라가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하는 상황에서 질환 데이터와 약물 데이터를 AI를 통해 매칭시켜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결국 딥러닝의 차별점은 '선형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질환과 약물을 단순히 매칭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약물을 줬을 때 AI가 가중치를 얼마나 둘지에 대한 계산을 하는 것이다.


문: 그 계산은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인가.

맞다. 예를 들어, 병이 없는 상태를 잔잔한 호수에 비유한다면, 태풍이 와서 호수에 물결이 치는 것이 질병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저희 플랫폼은 어떤 약을 투약함으로써 일어나는 물결의 파동이 폭풍우(질병)로 물결치는 호수 상황과 겹쳐질 때, 호수를 다시 잔잔하게 만들 수 있을지를 찾아준다. AI로 그 약을 찾는 플랫폼이 렙터다.

결국은 유전자들의 연관성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용가리통뼈'처럼 개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고 어떤 유전자가 올라가면 어떤 유전자가 떨어지는, 일종의 패턴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AI는 2만 개 이상의 유전자를 한꺼번에 분석할 수 있다.


문: 그렇다면 연구진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데이터를 계속 쌓는다. 예를 들어 알파고가 어떤 수를 두면 평론가들이 "이런 이상한 수를 놓은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묻지만 그 수는 결국 나중에 묘수로 판명된다.

AI가 그곳에 놓았다면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지는 AI가 했기 때문에 수를 놓는 과정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블랙박스'라고 했다.

이제는 다르다. 특히 제약 분야에서는 의약품의 개발 과정이 블랙박스 상태여서는 안 된다. 규제 기관을 설득하기 위해 약효의 발현 과정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약물의 구조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연구진은 특정 경로를 통해서 효과가 있었다는 것들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문: AI 신약 개발의 향후 과제가 있다면.

'AI 쓰면 완벽한 답이 나와야 한다'고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성공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저희가 봤을 때는 아직 원석 상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바라는 다이아몬드가 있다. 제약사가 원하는 것은 다이아몬드 완제품을 얘기하지만 AI 신약 개발 회사들의 관점은 원석을 찾는 것을 성공이라고 여긴다. 서로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것은 성공이 맞다. 결코 찾지 못하는 곳에서 원석을 찾은 셈이기 때문이다. AI를 통해 단서(clue)가 나온 것도 의미가 있는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꽤 많이 존재 한다. 물론 기술은 계속 좋아지기 때문에 이런 간극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런 차이를 인식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문: 마지막 질문이다. AI 신약 개발은 '필수'일까, '선택'일까.

저는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몇조씩 투자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알파고처럼 100%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몇 번을 하다보면 의미 있는 것들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국내 제약사들도 계속해서 도전을 하고, 한 번에 나오지 않았다고 실망할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부딪쳐봐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다이아몬드 원석도 나오고 진주도 나오는 것이다.